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기획 기타

<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70

김재용 기자 입력 2023.09.05 18:24 수정 2023.09.05 06:24

↑↑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이사장


뜨거운 날의 고독
-정석주 님

                                   김민정

누구나 한번쯤은
의아해 하는 것이 

육중한 그 몸 어디
저리 고운 필체하며 

호탕한
웃음과 달리
다정은 섬세코나 

 
땀띠 나는 고통 속에
잠 못 든 나날들은 

서푼짜리 인심조차
풍년으로 가꾸는 일 

고독은
안으로 자라고
열매는 밖으로만 커 간다


헌시(獻詩)는 자연이나 인물 또는 피조물의 특정한 어느 대상에 한정되어 있지 않으며 축하하거나 기리는 뜻으로 지어 바치는 시를 일컫는다. 한국시조 문단의 송백(松栢)으로 우뚝 선 시인은 젊은시절 문학의 고샅길을 함께 걸었던 정석주 시인에게 「뜨거운 날의 고독」으로 헌시를 적는다. 정석주 시인(1940~1987)은 1966년 문경에서 「나래시조문학회」를 결성하고 초대회장을 맡는다. 이후 1980년 <시조문학>으로 천료하여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지만 그의 문학생애는 겨우 7년이었다. 그러나 우리 산하(山河)와 문경새재를 뜨겁게 노래한 그의 열정은 문경을 시조문학의 본거지로 개척하였다. 시인과 각별했던 화자는 각종 문학행사와 수백 통의 육필편지를 주고받으며 문우(文友)의 연(緣)을 이어왔다. 그 문학의 만남이 유장한 강(江)이 되고 산(山)이 되었다.

시인은 직유의 수사로 은유를 언단의장(言短意長)으로 추출하고 있다. 「뜨거운 날의 고독」이라니 뜨겁게 용솟음 치던 젊은 날의 고독이 시공을 초월하는 건 분명 시조에 대한 열정이 치환되고 있음이다. 연서처럼 주고 받았던 수많은 안부들이 어찌 영혼의 교감 뿐이었을까.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문학이었다. 정석주 시인은 육중한 거구였다. 언뜻 그의 외모를 보고는 “누구나 한번쯤은/ 의아해” 하며 어디서 “저리 고운 필체”가 나올까 고개를 갸우뚱한다. 수인사 없이는 도저히 시인이라고 믿기 어렵지만 “호탕한/ 웃음과는 달리/ 다정은 섬세코나”라며 촘촘한 추억의 나이테를 회상한다. 하긴 꽃잎이 터지기 전까지는 꽃의 색깔을 알 수 없지만 아름다움이라는 형용사는 감탄으로 다가오는 언어가 아닌가. 여름이면 늘 땀띠를 달고 사는 시인이 환영으로 떠올라 “잠못든 나날”들이 염려되기도 하지만 “서푼짜리 인심조차/ 풍년으로 가꾸는 일”은 누구도 하지 못하는 시인의 삶이었다.

풀리처상을 수상한 E.L닥터로우는 ‘소설을 쓰는 것은 밤에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당신 차의 헤드라이터가 비춰주는 데까지만 볼 수 있을 뿐이다’라고 했으나 모든 문학의 길은 고독한 작업이다. 하여 “고독은 안으로 자라고/ 열매는 밖으로 커간다”라며 그의 문학혼을 위로한다. 시조의 씨앗을 뿌리고 시조의 고향이 된 문경은 순전히 정석주 시인 때문이다. 시인의 서거(逝去)에 민병찬 시인은 연서로 곡송(哭送)하였고 리강륭 시인도 가슴 아파했다. <나래시조>에서는 2020년 ‘정석주 문학상’을 제정하여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있다. 정석주 시인은 한국시조 문단의 그리운 고명이다.

------
김민정(~ ) 시인, 1985년 <시조문학>지상백일장 장원 등단, 성균관대학교 문학박사, (사)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국제펜한국본부이사, 시조집 『펄펄펄, 꽃잎』 외 11권, 엮음시조집 『해돋이』 외 4권, 수필집 『사람이 그리운 날엔 기차를 타라』, 논문집 『현대시조의 고향성』, 한국문협작가상, 월간문학상, 성균관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공로상 외


저작권자 문경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